메타버스는 정말 허상일까? 2022년의 버즈 워드 (Buzz word) 일뿐일지도?

최근 들어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메타버스 관련 기술과 특허에 달려들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리자드라는 게임회사를 무려 한화 82조 원에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새롭게 바꾸고 전력 투자에 나섰습니다. 과연 메타버스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모두가 혈안이 된 걸까요? 정말로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라 투자가 이렇게 빗발치는 걸까요? 아니면 몇 십 년 전에 있었던 싸이월드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투자자들의 투자금 유치를 유도하기 위한 기만일 뿐일까요?

먼저 메타버스의 정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메..타…버…스…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라고요? 가상세계라면 예전부터 존재했던 온라인 게임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요? 더 정확한 정의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라 그나마 위키피디아가 정의한 가상의 공간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 가장 근접한 정의입니다.

대중들에게 메타버스는 예상외로 혁신적인 신기술로 와닿지 않습니다.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제작된 많은 미디어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혹은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 옛날의 아동 애니메이션 ‘디지몬’까지가 메타버스의 지향점을 이미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사이버 세계에서 타인과 상호 교류하는 주인공들. 익숙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인터넷 세계가 가상현실화 된다면 이렇지 않을까?
출처 : Medium.com, “Movie about Metaverse”, July 15, 2021,

그렇다면 현재의 3-40대가 즐겨 했던 ‘리니지’ 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대의 ‘메이플스토리’, 10대의 ‘마인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은 메타버스가 아니었던 걸까요? 새롭게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들어가 인맥을 쌓으며 모르는 사람과 채팅을 하며 소통했던 추억들이 메타버스가 아니라 단호하게 말할 수 있나요? 게임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커플들도 존재하는걸요. 이미 한국인의 대다수는 온라인게임을 해본 세대로서 메타버스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쌓았던 추억은 이미 메타버스?
출처 : maple.inven.co.kr, “Memory from 2005”, March 3, 2020,

그렇기에 대중에게 메타버스는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그럼 과연 대기업들은 이걸 모르고 가상세계 구현에 투자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대중들의 마음속에서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석박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논의하며 낸 아이디어라는 메타버스가 그냥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의 싹이요.

상상에 점점 근접하는 현실

단순하게 메타버스를 비판하는 글이라면 여기서 메타버스의 과장된 관심을 유도하는 대기업과 언론을 비난하는 정도에서 마쳤겠지만 좀 더 생각해 봅시다. 메타버스가 이미 존재해왔고 존재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모두가 메타버스를 띄워주지 못해 안달일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현 시대에 존재하는 기술의 발전도가 상상으로 머물던 시절의 기술을 현실로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2002년도에 제작된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수많은 신기술들을 대중에게 선보였습니다. 그 중 지금 당장 현실에 존재하는 기술들만 해도 홍채 및 지문 인식, 터치스크린, IoT, 곤충 로봇, 개인 맞춤 광고, 행동 인식과 전자 책 등이 있습니다. 현실에 근접할 기술이 될 자율주행 자동차는 더 이상 상상 속에만 존재해오던 환상이 아닙니다.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선보이고 싶은 미래 먹거리로 선정되어 금방 소비자 곁으로 다가오겠죠.

2002년 영화에서 나온 홍채인식. 이미 현실이 되었다.
출처 : news2day, “홍채인식…신분증 된 ‘눈’”, September 10, 2019,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상상과 현실이 맞물리는 기술적 특이점이 이미 우리 곁에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위에 영화의 배경은 2054년이지만 미래 신기술의 현실화는 30년도 더 일찍 되었고, 인류는 계속 발전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래픽 카드의 성능은 3D 배경을 현실과 분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향상되었고 빨간색과 파란색 셀로판으로 만든 3D 안경은 VR이라는 가상현실의 구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심지어 2020년에는 미국의 명문 대학 UC버클리에서 코로나로 정지된 졸업식을 대신해 ‘마인크래프트’로 온라인 졸업식을 행했습니다.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졸업식 연설과 학사모 던지기 등 실제 졸업식과 다를 바 없는 행사를 마인크래프트 서버에서 버클리 대학을 배경으로 이루어 냈습니다.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서버에 접속해 실제 졸업식 절차를 그대로 밟아가며, 무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졸업식 중개를 시청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죠.

마인크래프트에서 가상 졸업식을 진행한 UC버클리.
출처 Blackmagicdesign, “UC Berkeley의’마인크래프트’ 기반 가상 졸업식진행’”, July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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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보 속에서 메타버스는 단순히 상호 교류가 가능한 디지털 세계가 아닌 또 하나의 현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아직은 시기상조?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지금 당장 시장에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홍보하며 나온 제품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온라인 게임보다 못한 그래픽과 상호 교류는 그저 웹 캠을 이용해 아바타끼리 대화하는 것에 그치는 정도밖에 되지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기 시장의 선점과 지속적인 시도로 유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에 올인한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믿음이 옅어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죠.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온 메타는 지속적으로 혁신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GPU의 성능이 큽니다. 현실과 구분 짓지 못하는 3D에 기여하는 최신 GPU의 성능은 메타버스의 구현에 최대 요소이고 현 시장에서 애매모호한 그래픽으로 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시각적 구조를 단번에 혁신시킬 수 있습니다. 당장 저희 테스트웍스에서 다루고 있는 AI 모델들이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이유 역시 엄청난 양의 계산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그래픽 카드의 덕이 큽니다. 현 속도로 GPU의 발전이 계속되며 연산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면 메타버스의 큰 약점인 그래픽적 미숙함이 예상외로 빠르게 해결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로축은 연산처리 능력이고, Petaflop/Days는 1일당 1초에 4조 번 연산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로축은 연도.
출처 : IT뉴스, “인공지능, ‘무어의 법칙’ 5~100배로 성장’”, July 7, 2021,

그래픽적 미숙함이 해결된다면 다음 과제는 상호 교류성의 증가입니다. 캠으로 상대방을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폼팩터(Form-factor),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화상 통화가 가능하게 된 것처럼 가상세계와 현실을 이어줄 수 있는 수단의 등장이 시급합니다. 오버헤드 디스플레이로 시각을 충족시킨다면 청각이 다음입니다. 청각이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으로 360도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를 구현해낼 수 있는 상황이기에 문제는 곧 난제인 촉각에 당도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만지고 느낀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데이터를 수반하기에 쉽게 구현해내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하나에 팩터로 묶어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혹은 디바이스가 나오기에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기에 현재로서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머니게임이 메타버스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딥러닝이 알파고의 등장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것처럼 큰 하나의 결과물이 새로운 에코시스템 구축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적합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만 있다면 승자 선점 독자 체제가 아닌 메타버스 시장에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파이의 양도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AI 연구를 진보시키기 위해 기술을 자유롭게 공유한 구글처럼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시도와 유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본사인 테스트웍스 역시 다가오는 메타버스 미래에 발맞춰 친숙한 우리 주변 풍경들, 실생활의 한 장면을 Stereo Camera 와 LiDAR 등의 첨단 장비를 통해 3D 환경으로 구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적 환경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한번 상상해 보세요. 나의 집이 3D 공간화되어 친구들이 실제로 찾아오지 않고 온라인 상으로 내 방에 들어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같이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미래를요. 테스트웍스는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그리기 위해 매일 노력 중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순히 메타버스가 허상이라 믿고 실패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포용력을 기르며 언제 혁신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빠른 적응력을 갖추고, 시장의 반응과 선두주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상상의 현실화는 생각보다 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김호중

인턴 연구원, AI 연구 개발팀

카네기멜론대학교 수학 학사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다양한 응용수학 프로젝트를 경험하였다. 현재 테스트웍스 AI 연구 개발팀에서 인공지능 모델을 프론트엔드 웹페이지에 구현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머신러닝/정형 데이터 연구를 수행하였고, Edge AI 및 Computer Vision, Object Detection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